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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지니스 호텔에서 쉬고 있다가 저녁즈음에 목이 말라 1층 로비로 마실 것을 좀 사러 나갔는데, 


자판기가 있는 좁은 통로를 막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한 손으론 피쳐폰을, 다른 한 손으론 카메라를 내 쪽 방향으로 들고, 이 쪽을 보고 있었다.


옷은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꽤 마른 몸이었다. 뒷머리는 짧게 친 단발. 눈은 길게 째져 있었다.


대충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6

방 문 잘 잠궈놔..







7

기분이 찝찝해서 엘레베이터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부터 천천히 따라와서는 엘레베이터에 따라 탔다.


문이 닫히고, 엘레베이터 안은 둘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아저씨는 4층을 눌렀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껴, 원래 내 방은 7층이었지만, 8층을 눌렀다.


조용히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안, 아저씨가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모른체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9

4층에 도착하니, 아저씨는 천천히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참고로, 한쪽 손으론 피쳐폰을 계속 자신의 정면 얼굴에 대다시피 들고 있었다.


이윽고 아저씨가 내리고 문이 닫힌 뒤 난 안심했다.


8층에 도착했지만, '역시 마실거 사고 싶네.. 이젠 없을테니까 안심해도 되겠지'하고 생각하고는 1층에 다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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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시 엘레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문이 열리고, 아까 있던 자판기에 가니,


아까 그 아저씨가 또 똑같은 자리에 있었다.








11

읽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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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저씨랑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면 바로 내려서 자판기로 튀어 !







15

8층에서 내려오는 사이, 아까 그 아저씨가 또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장소에 있는 것이다.


진짜로 무서워져서 바로 되돌아갔다. 이번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러자, 아저씨가 뒤쫓아왔다.


뒤를 힐끗 보니, 뭐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입을 빠르게 놀리고 있었다.


화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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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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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베이터에 타서 빠르게 7층을 눌렀다.

다행히도 문이 닫혔다.


'뭐, 뭐야, 왜 따라오는건데 ?!' 하며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얼굴에도 땀이 흥건했다.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공포였다.


이제는 그냥 방에 계속 있기로 하고, 7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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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7층에서 내리면 기다리고 있는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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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전체가 몰래카메라였다는 전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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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에 도착.

문이 닫히고, '설마, 그럴리 없을거야...' 하며 주위를 확인했다.


역시 아무도 없다.


그리고, 들키지 않도록 재빨리 방 안에 들어갔다.

떨림은 당분간 멈추지 않았지만, 마음 한켠으론 안도했다.


잠깐동안 쉰 뒤에, 땀 흘렸으니까 샤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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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하고나니 공포감이 어느정도 가셨다.

'... 시간도 늦었으니 잘까..'하고 이불속에 들어갔다.


그러자, 표현하기 좀 어려운데,

스윽, 스윽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30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소리였지만, 분명 확실히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난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아냈다.


바로 문 바깥편이었다.


무언가를 비비는듯한 그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33

청소 아줌마가 뭔가 하고 있는건가? 이 늦은 시간에?


하고는 문 구멍으로 바깥을 들여다 봤다.









35







36

>>35

순간 쫄았다








38

보인건 그 아저씨의 옆모습이었다. 


나는 순간 심장이 죄어오는듯한 공포를 느꼈다.


[날 찾는걸지도 몰라]


그때야 비로소, 두번째로 도망칠 때 내가 순순히 내 방 층수인 7층을눌렀다는걸 깨달았다.


내가 몇 층인지 들켜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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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7층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날 찾기 위해서.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놀란 가슴은 조금 있으면 진정될거라 생각했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계속 방안에 처박혀 있었다.




아침이 되니, 아저씨는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아침도 먹지않고 바로 체크아웃했다.


애초에 뭐가 목에 넘어갈 상태도 아니었고.


참고로 밖에서 계속 나던 소리는, 맨발로 카펫위를 걷는 소리였다는걸 나중에 와서 깨달았다.









44

지금, 너 뒤에 누구야??







47

>>1

뒷머리를 짧게 쳤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53

>>47

엘레베이터에서 아저씨가 내릴때 뒷모습이 보였어.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인상은 아직도 또렷하다.







48

참고로 몇개월전 이야기고, 장소는 관동 지방의 비지니스 호텔.

지금 사는곳에서 꽤 멀고, 지금까지 그때 이후로 별 일은 없었으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때의 공포를 이렇게 말로는 제대로 전달 못 하겠지만, 정말 무서웠어.

무슨생각을 하는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사람과 단 둘이 엘레베이터를 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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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인가







58

끝이 싱거워서 미안.


근데 이렇게 끝나서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여기에서라도 말하니 답답한게 좀 풀렸어.








59

다음에 비지니스 호텔에 묵을 땐, 

마실거는 미리 사갖고 들어가라는 교훈.







60

재밌었어.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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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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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일에 스레를 세웠어야지 !








63

비지니스 호텔은 편하긴해도 같이 묵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일지 알 수 없으니까..








68

역시 귀신보다 사이코패스가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