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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일 2019-02-20


[5ch 일상] 탈모가 와서 인생이 망가졌다 (후편)






[관련글]

 - [5ch 일상] 탈모가 와서 인생이 망가졌다 (전편)







169

이 판단이 문제였다.

10mg 을 복용하기 시작하고나서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어지럼증과 부종이 일고, 빈혈이 심해졌다

병원에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검사를 받으니, 혈압 간수치 결과가 안 좋아서 프로페시아를 포함한 약 복용을 일절 금지당했다.








170

무서워어어어어어어어







171

부작용 무섭다….







173

힘들었지만 학교까지 못 갈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라서 출석은 했고, 수업중에는 모자를 썼다.


동아리엔 봄 초부터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동아리 사람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론 좋은 사람들이지만, 아무래도 내 머리를 가십거리로 삼는 선배가 많아서 가기가 꺼려졌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고, 오랜만에 모처럼 동아리 회식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때에도 아직 간수치가 좋지 않아 술 먹는것은 되도록 피하려 했었는데, [병이라서요...] 라고 적당히 둘러대도, [그럼 왜 온거야?] 라며, 분위기 깨는 놈 취급했고, 대머리로 놀리는 것도 여전했다.



겨울이 되고 동아리를 그만 뒀다.





174

>>1은 무슨 동아리에 든 거야?







177

>>174 
배구 동아리. 근데 활동의 80%는 술마시고 노는 동아리였어.


그때의 내 머리 상태는,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를 끊은 탓인지 급격하게 숱이 줄어들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봄 방학이 시작되자, 난 마음먹고 스킨헤드를 해 봤다.








178

스킨헤드 왔다 !







179

대학생이 스킨헤드라니 ww







180

평소에 대머리를 바보취급하던 녀석들도

머리가 빠지는 느낌이 들면 빨리 인정하고 조치해라.


'설마…' 라던가, '왜 나만….' 하면서 계속 주저하다간 훅 간다.







183

대학교친구가 탈모가 시작되고나서 성격이 굉장히 차갑게 변했다.

난 예전과 똑같이 대했는데...








185

일단 스킨헤드를 하니, 탈모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더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했다.


대학교 2학년.

봄방학이끝나고 학교에가니 아무도 내 근처에 얼씬하지 않았다. 애초에 고등학교때 친했던 친구들도 없었으니.


동아리 사람들과는 수업이 겹칠 때 옆에 앉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에 동아리를 그만두니, 이런 사람들과도 만나기 더 어려워지고 함께 수업을 들을 수도 없었다.


완전히 고립된 스킨헤드는 학교내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다.









194

내 얼굴에 스킨헤드는 끔찍하게도 어울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장마철,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중간시험도 다가오고 있어, 학생들도 꽤 많았다.


내가 다니던 대학은 꽤 미남미녀가 많은 편이었는데, 그날도 많은 젊은 남녀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 남녀 모임이, [장마철 머리손질] 에 관해서 이야기중이었고, 대화 중에 내 이름이 나왔다.

솔직히 싫은 예감이 들었지만 가만히 귀를 세웠다. 도서관은 비교적 조용했고 목소리도 잘 들렸다.


[근데 스킨헤드인 사람은 신경쓰지않아도 되겠지]

[삭발은 그렇다쳐도 스킨헤드는 너무 아니다~]

[우리과에 있어, 스킨헤드]

[아아~ 그사람? 머리 극혐..!]

[스킨헤드에 안경이라니... ww 새로운 패션인가?]


아무래도 그날은 렌즈를 끼고 모자를 쓰고 있었어서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이미 뒷담화엔 익숙해졌지만, '내가 도망칠곳은 어디에도 없구나'라 느꼈다.





207

그리고 중간고사.

혼자 아싸라 선배한테 기출문제도 받지 못한 난, 처음으로 F를 맞고, 수강했던 과목도 전부 가장 낮은 학점을 받았다.


그저 기말고사에서 만큼은 만회하자라 생각하며 담담히 하루하루를 지냈다.


스킨헤드는 그만 포기하고 다시 삭발을했다.

여름방학 땐 단기 알바로 용돈을 벌고, 남은 시간은 집에서 계속 책을 읽었다.


딱히 사람과 얽히는 일이 없으니 대머리라고 놀림당하는 일도 없었지만, 이걸로 정말 된건가 라는 생각이 엄습했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즐겁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있는것 같아 한없이 우울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울적함을 안은 체 학교를 다니기시작한 그 때, 친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215

옛날부터 난 할아버지를 잘 따라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을 땐 정말로 슬펐다.

하지만 또, 마음 한 켠에서는 나쁜 생각이 일었다.


[지금의 내 고통은 이 사람한테서 받은 유전자 탓이 아닌가…]


스스로 겉과 속, 둘 다 추악하게 되어버린걸 느끼고 절망했다.







219

대머리지만 좋은친구들이 많은 나는 승리조








221

할아버지 장례식장에는 친가 사람들 일동을 비롯한 여러사람들이 모여 슬퍼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은 내 머리만 보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덥수룩한 아버지와 대머리인 나를 형제라고 본 사람마저 있었다.


어떤 숙부님은, [할아버지와 닮았네] 라 말했는데, 이걸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복잡한 기분이었다.








225

아무튼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신이 더 싫어졌다.

난 다시 즐겁지도 않은 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겨울방학이 시작된 12월, 난 한가지 중대한 이벤트 기다리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성인식이다.







228

'중학교 때를 마지막으로 못 본 녀석들도 많은데...'


중학교때는 그래도 아직 머리카락이 많았기에, 지금 이렇게 변해버린 나를 보여주는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처음에 난, 가지 않기로 했다.







230

그렇게 결심하고 나서 몇일 후, 내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가족과 스팸 외의 메시지는 오랜만이었다.


동창회에 오라는 내용이었고, 주최자는 B였다.


난 결석할게, 라고 써서 답장했다.







234

그러자 다시 답이 왔다.

전체 문자가 아니라, B가 나에게만 보냈다.


[분명 재밌을거니까 와 봐]


일단 답장을 하지않고 무시하기로 했다.






235

B씨한테 반했다.

너무 상냥하잖아..







241

그 다음날, 엄마는 성인식에 갈 것인지 물어봤다.

'난 가는 의미가 없다' 등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엄마가 하는 한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죽은 할아버지가 네 성인식 사진을 갖고 싶어하셨었는데 아쉽네..]

 

할아버지는 카메라가 취미라 내 기념일 때마다 사진을 찍어주곤 하셨다.

장례식에서 나쁜 생각을 해버린 난데, 성인식까지 가지 않으면 평생 성묘도 못할것 같았다.


그날 밤 난 B에게 출석한다고 보냈다.






242

가버렸다아아아아아아







244

나쁜예감만 든다…







247

하지만 그게 B씨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잘했네.







249

대학교 입학식때 입었던 정장을 끄집어 내 입고, 성인식에 갔다.

머리는 변함없이 삭발.


오랜만에 만난 친구녀석들은, 머리를 기르고 갈색이나 금색으로 염색을 하고 있어 부러웠다.


내가 머리가 벗겨지는 과정을 못 본 녀석들이 많아서인지,

중학교 이후로 처음 만났지만 내 머리에 대해선 의외로 평범한 반응 이었다.


[너 진짜 탈모 빨리왔네~]

[한 10년 정도 지나면 암것도 아냐. 몸 만 잘 관리해]

[그런것보다 봐봐, 저기 선생님도 오셨어]


이런 태연한게 대해주는 그들과, 오랜만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








250

탈모 무섭네..

탈모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253

역시 건질건친구 뿐.








256

성인식은 큰 일 없이 무난히 끝났다. 그 후, 난 동창회에도 갔다.


난 아직 간에 좋지 않을까염려되어 술을 조금 빼면서 마셨다.

그러다가 다들 술이 돌기 시작해 이런 저런 사람과 얽혔는데, 신기하게도 싫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 무개념의 패거리였던 녀석이 나타났다. (무개념은 다른 지역이다)








263

난 이녀석이 예전처럼 또 뭔가를 지껄이면 한방 먹여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여어, >>1, 너 여자친구 생겼냐?] 라며 조금 취한상태로 물었다.


없다고 내가 대답했다.


[역시, 그 머리는 불가능하지wwww 대머리 동정이냐wwww]


그리고, 옆에있던 여자애를 붙들고선, [저녀석 동정이래www] 라고 지껄이기 시작했다.

여자애는 불편한듯이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지만, 처음부터 패줄 생각이었던 난 취한척 하며 한방 먹여줬다.








264

좋았어!!








265

정의구현 왔다ㅡ!!








266

꽤 하는데!








267

잘했어!








269

오우-! >>1 제법이잖아







273

패거리 놈 (이하 C) 는 아파하며 날 잡으려 했지만, 미리 다리를 차서 넘어뜨렸다.


[대머리한테도 싸움을 지냐? 병신취급할거면 이겨보든가?]


이런 느낌으로 취한척을 하며 말했다.

C가 일어서려고 했을때 한번 더 차버리려 했는데, 중학교 때의 친구가 날 말렸다.


그리고, [이건 C가 잘못했어. 그리고 >>1 도 좀 진정해]

라 말해줘서 난 좀 진정이 되었고, C는 조용히 어디론가 갔다.


다행이 주변도 시끄러워서 큰 소동으로 번지지 않았다.









275

용자네 ww









276

이 스레, 너무 눈부셔...







279

난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말을 걸었다.

이야기가 길어져, 근황이나 앞으로 뭘 할건지 등등의 이야기로 오래간만에 길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했다.


그 때 살짝 취한 B가 이쪽으로 와서 나를 불렀다.


B는 [미안해] 라며 머리를 숙였다.

[뭐가] 라 물으니, [고백 받을 때, 남자친구를 그 자리에 부른건 나였어] 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나한테 고백을 받을것 같아서 무개념한테 상담을 했고, 무개념은 재미있을것 같아 거기에 온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때의 사건을 계기로 나에게 상처를 준 것, 정수리가 좀 비어보인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있던거 같다.


그때 난, 얘는 정말 좋은 애구나 라고 생각했다.

좋아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조금 자신이 생겼다.


무개념과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헤어졌다 한다.

지금은 솔로냐고 물었는데,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내가 '조금 기운 빠지네...' 라고 말하며 웃으니, 그 애도 웃었다.





280

뭐, >>1이 B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거아냐?






281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안심했다.







282

기말시험을 무난히 본 난, 봄 방학 때 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쿄토와 오사카를 돌아보았다.

다들 날 모르니까 머리를 드러내놓고 다녀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꼬마 아이가 다가와서는 [대머리다~]라고 말해서 상처받았다.







286

>>282 

어린애들은 너무 스트레이트라 상처받지...







289

봄 방학이 끝나고 3학년이 됐다.

여전히 아싸인건 변함이 없었지만, 중학교때의 친구들과 성인식 이후로 연락을 다시 하기 시작해서 마음만은 괴롭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친구를 만들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mixi에 가입했다.







295

그 중에 노래방 오프라인 모임을 찾았다.

노래방은 평소에 혼자서 자주 갔었지만, 어느정도는 다른사람과도 가고 싶었던거다.


이 모임은 사람이 많은 모임이라 긴장하며 갔는데, 가서 보니 약 30명 전후의 사람이 모여있었다.

나랑 같은 학교 학생도 꽤 있었고, 20대 후반인데도 탈모가 심한 사람도 몇명 있었다.


하지만 다들 그런것엔 연연하지 않고, 다같이 즐겁게 노래부르고 먹고 마시면서 노는것을 보고, 나도 사회에 나가면 어떻게든 될거라 생각했다.








301

하지만, 실제 사회에 부딪혀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3학년 가을부터 다들 일제히 취업활동을 시작했다.


나도 입사지원서를 몇번 써 봤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에 악영향을 주는건지, 또 숱이 줄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날은 취업 설명회에 갔는데, 나
처럼 탈모로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회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원들도, 나를 보고는 몇명이 놀랬는지 모른다.

이런 모습의 내가 취업을 할 수나 있을지 불안했다.








302

학교의 면접 연습 중에, 코치로부터 [너는 차라리 가발을 쓰는게 인상적으로 훨씬 좋을 텐데] 라는 말을 들었다.


쇼크였다.


개성따위 개나 줘라.


그냥 대머리는 못생겼다고 듣는것과 동급으로, 지금은 과거보다 조금은 나아졌으리라 생각했던 기분이 다시 다운됐다.







303

애처롭다..








304

급 우울전개 왔다---!






305

내 아는 지인도 가발쓰고 면접보러다니던데







309

그리고 지금, 이번 봄 방학이 시작되자 취업 설명회가 있었다.


일단 제대로 된 가발은 비싸서, 좀 싼걸 사서 처음으로 써봤다.


전철안에서 같은 학교 사람이 있으면 고개를 숙였다.

[가발 wwwwwwww] 라고 비웃음 당하는건, [대머리 wwwwww] 때와는 또다른 괴로움이었다.







310

(T_T)






311

친구들한테 상담하면, [지금처럼 그냥 살아!]

회사는, [가발써!]

연애에서는, [가발이든 대머리든 예선탈락!]


.. 일단은 회사에 취직하기전까진 계속 고민할거 같다.






끝.








317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쓴 글은 전부 실화야.


미안하지만 사진은 안 올릴게. 사진이라도 지금 머리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정말 콤플렉스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대머리라고 놀리거나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VIP에서 할 말이 아닐수도 있지만.








329

지금은 취직으로 제일 바쁠때인가.


힘내라.

빡빡이면 취직도 안된다니 참 세상 살기 힘드네..








330

여기서 대머리인 나 등장.

25 넘으면 주위에서도 슬슬 탈모가 와서 동료도 많이 생기니까 안심해.


비굴하게 있지말고, 누가 놀리면 거꾸로 개그로 받아치면서 당당히 살아.








333

참고로, 눈썹부터 머리까지 7.5센치 정도.







345

역시 약은 부작용이 있군

어쩔 수 없는건가








353

오늘은 이만 잘게.

내일부터는 일찍 자야지.


다들 고마워.







367

30대 정도 되면 주위 사람들도 꽤 탈모가 오기 시작하고, 여자들도 그닥 신경 안쓰는데.

어릴때 와버려서 주위로부터 눈에 띄니까 힘들지.

지금 비웃고있는 녀석들도 10년후면 어떻게 될지 몰라.








354

힘내라 !








355

넌 괜찮은 대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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