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번역일 2019-02-17


[5ch 일상] 탈모가 와서 인생이 망가졌다 (전편)







1

편하게 쓸게






2

대머리 UP






3

빨리






8

현재21살.


탈모를 눈치챈건 고1 가을 체육대회 계주 연습을 하고 있을때.

내 앞머리 이마 선이 올라간걸 본 친구가 [너 이마 넓다!] 라 말했을 때였다.





9

우홋!








14

난 그날 집에 돌아와서 거울앞에서 앞머리를 올려보았다.

확실히 이마가 조금 넓다고는 느껴졌지만, 원래부터 그런것이라 스스로 납득하고 1년을 방치했다.






20

그리고 1년 후, 고2가을. 확실히 숱이 줄어든 된 앞머리.

머리스타일은 이전과 똑같은데 살갗이 보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미용실에 가서 짧게치면 헤어 스타일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난 그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정수리의 도너츠에.






23

어이 그만둬...





24

미스터 도넛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26

고2때 난 성적도 괜찮았고 체육도 잘했다.

체육대회에선 계주와 응원단도 도맡았다.


치어리더한테 고백받은적도 있지만 다른 좋아하던 애가 있어서 거절했다.

고3 봄. 그 좋아하던 애한테 들었다.

[정수리가 좀 비어보이네] 라고.







31

난 흩뿌려진 벚꽃을 자전거로 가로지르며 집으로 내달렸다.

앞머리가 날리는것 따윈 신경 쓰지않고 온 힘을 다해 페달을밟았다.


집에 돌아온 난, 어머니의 손거울을 찾아내

두 거울의 각도를 조절해 내 머리의 정수리 부분을 확인했다.


거울속에 보인것은 광대한 불모지였다







34

[아직 괜찮아]

그렇게 믿고있던 과거의 나를 쥐어 패버리고 싶었다.


그후론 매일 뒤에서의 시선을 신경쓰는 나날.

[탈모] 란 단어에 대한 과잉반응.

공부에 집중도 못해 성적도 나날이 떨어져갔다.

체육도 전력을 다할 수 없어 모두로부터 방해꾼 취급을 받았다.


특히 여름의 수영장 수업은 지옥이었다.

일부러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빠진 뒤 방과후에 선생님과 1 대 1 보충학습을 받는 방식으로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끝나면 바로 귀가했다.







35

선생님도 이해하시고 아무말도 안하신거구나...







37

이게 너희들의 미래다. 잘 봐라







42

가을이 되고, 다들 본격적인 수험 모드에 들어갔을 때,

난 머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급폭락하는 성적.

하지만 누구한테 상담할 수도 없었다.


돌이켜봐도 이때가 꽤 고독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학교 인터넷 게시판의 존재를 친구로부터 들었다.

아무래도 수험생의 답답함을 표출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만든것 같았다.


반 별로 나뉜 채팅방.

그 중에,  [K말야, 탈모아냐?] 라는 글을 보게됐다.







43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44

이건 심했다...







50

신경쓰지마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우리 아버지도 언제나 스스로 대머리라고 하면서 웃으신다구







52
>>50

너도 유전... 수고….






53
[K]는 내 이니셜.

그 밑으로 이어지는 말들.


>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 꽤 정도가 심하지 wwwww

> 머리 스타일로 다 못 감춘거 같은데

> 누가 한번, 탈모세요? 해봐 ww


이런 내용의 글들이었다고 기억한다.

‘역시 들킨건가...’라 생각하는 담담한 마음과,

최대한 얼버무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갈등을 빚고있었다


그리고 그 게시판의 존재를 알려준 친구가 시간이 갈수록 미워져갔다.





57

같은 탈모인으로써 글 보기가 괴롭다..





61

오늘은 탈모 스레를 자주 보네







64

다음날 학교에 간 난 그 친구에게 불만을 토했다.


[어째서 나한테 그런 게시판을 알려준거야!]


평소에 그렇게까지 화낸적이 없던 내가 씩씩거리는 것을 본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별로… 그저 너가 몰랐던거 같아서...]


면목 없는듯한 얼굴을 하는 친구.


[너, 내가 탈모라고 말하고 싶었던거 뿐이지]


아직 화가 진정되지 않는다.


[뭐!? 뭐야 그거!?]


친구도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소리쳤다.

그 이후로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멱살까지 잡았다.

반 애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모이고, 남자애들 몇명이 붙들어 말렸다.


생각해보면, 이때의 난 진짜 어떻게 되었다.

친구는 정말 선의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난, 그 날 이후로 그 녀석과 말도 하지 않게 되었고, 친구 한 명을 잃었다.






71

나도 앞머리가 베지터라 뭐라 할 수가 없네





74

뭐랄까 읽으니까 슬퍼졌다..






76


멱살을 잡았던 날 밤, 또다시 그 게시판에는

> K랑 A(친구) 왜 싸운거야?

> 뭔가 K가 싸움을 건 거 같아

> 대머리가 어쩌고 저쩌고 했어

> 역시 대머리였냐 wwww

> 머리가 벗겨져서 정신이 이상해진건가?

> 대머리는 에로해서 되는거야. 그녀석 평소에 요상한 눈으로 여자들 보고 있잖아


이게 10월에 일어난 일.

그후로 한달간 방구석에 처박혀 등교거부를 했다.

뭐가 어찌되든 좋았다.

부모와 선생님의 설득을 듣고, 재등교하기로 한게 11월.

머리카락은 계속 벗겨져, 이 때부터는 삭발을 해봤다.






86

고3 12월, 돌아온 모의고사 결과는 참담했다.

일단 제국 대학 지망이었는데, 편차치는 50도 넘지 못했다.

이 시점부터 위기의식을 느끼고 공부를 시작했다.


1월의 *센터시험 전 모의고사는 조금이나마 성적이 올랐다.

센터시험은 결과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예전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꽤 선전한 편이었다.

하지만 탈모가 신경쓰이지 않은 날은 없었다.


2월

1지망 대학에서 시험을 치를 때, 답안용지에 앞머리가 사르르 떨어졌다.


이 때 깨달았다.


[난 여기에 붙을 수 없어]라고.










89

>>86 

잠깐 wwwwww 마지막 뭐야 wwwww







87

아무렇지 않게 개그를 넣는 센스 wwww







88

읽고 있어. 괴롭겠지만 힘내서 써 줘.







92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지망엔 붙지 못했다.

하지만, 안전빵으로 지망한 사립 대학에 붙어서 그리 신경쓰진 않았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1지망 불합격’ 보다 충격적인 일이, 합/불 발표 전인 졸업식 날에 일어나서 묻힌 거였다.







97

나는 머리숱이 정말 많아서 곤란할 지경인데

진심으로 좀 나눠주고 싶다.







98

고등학생때 내가 좋아하던 애가 있었다.

봄에 [머리 정수리 머리숱이 좀 적네]라고 말했던 애다.


명랑한 애였다.

남녀불문하고 인기가 많았다.


옛날의 나였다면 자신감을 갖고 고백했겠지.

하지만 당시의 나는 탈모충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마지막날.

이 날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용기를 내, 그 애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105

삭발한머리도 듬성듬성 자라나서 꽤 보기 흉해졌기 때문에,

졸업식 전날 다시 삭발을했다.


이번엔 이전보다 더 짧게 쳤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왔다.

마지막 홈룸시간이 끝났다.


다들 눈물바다가 되었고, 가져온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나도 당시 친했던 친구들과 사진촬영을 했다.


그런데, 내 머리 위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찍은건 옆반의 무개념 자식이었다.

[아직 쬐금 남아있는 네 머리를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줄게] 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너무 슬펐지만 꾹 삼키고 [고맙다 자식아!] 라 대답했다.







106

울었다






109

그 후 좋아했던 애 (이하 B)를 살짝 불러냈다.

장소는 건물 사이를 잇는 3층 복도.


기다리니 B가 왔다.


[전부터 좋아했습니다]


고백했다.


[K군은 역시 친구인거 같아]


상냥하게 거절해줬다.






110

졸업식 때라 다행이다.

나중에 뒤끝도 없고.





111

너무 상냥해서 울었다.






113

완전 민머리인 나 (대학생) 눈으로 보면 쬐그만 고민.






116

>>113 
탈모엔 정도가 없다고








120

고백하고나니 속도 후련해졌고, 집에 갈까 하던 참이었다.

뒤에서날 부르는 소리에 멈춰섰다.


아까 내 머리 사진을 찍던 무개념과 그녀석의 패거리 3명.


[B한테 고백했지 www]


히죽거리며 무개념이 말했다.

아무래도 고백 장면을 숨어서 본 것 같다.


이어서 무개념은 이렇게 말했다.


[B 남친 있어. 나지만.]








126

이녀석(무개념)은 확실히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B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등교거부 했던 10월때부터 사귀기 시작했던거 같다.


그리고 그녀석의 패거리중 하나는 내가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을 했다.

[“대머리 주제에” B는 너무 무모하잖아 wwwww]


인터넷 게시판 때와는 또다른, 타인의 직접적인 모욕을 처음 뒤집어써본 기분이었다.







129

>>126 
그딴녀석은 줘 패버려







132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화내는것조차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내방에 들어가, 무릎을 끌어안고 숨 죽이며 울었다.

졸업 축하 기념으로 가족과 모처럼 외식을 나갔는데, 눈은 이미 눈물로 탱탱 부어있었다.


그걸 본 어머니가 [엄청 감동적이었나 보네] 라 했지만, 사실을 말도 못하고 그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136

슬프다...







137

근데 탈모인지 아닌지는 뭐로 결정되는거야?

결국 유전인가?








142

이후, 대학 합격결과를 선생님께 말씀드리기 위해 교무실에 갔다. 그곳에는 B와 그 친구가 있었다.


선생님에게 1지망이 떨어지고 사립대학에 붙은것을 알려드리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나려하니, B가 나를 쫓아왔다.


그녀는 [미안해], 이 한마디를 하고 머리를 숙였다.

내가 어째서 사과하는지 물으니, 무개념이 나를 바보취급한 것을 알고 사과하는거라 했다.


나는 [그런거 신경쓰지 않아도 돼] 라 말하고 돌아갔다.

이 때의 난, 좋아하는 애한테 머리를 숙이게하는 자기자신의 탈모가 너무 미워서 미쳐버릴것 같았다.


어쨌든 고등학생 시절은 이렇게 끝이 났다.









149

4월,

대학생이 된 나는, 여전히 삭발을 하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이때의 머리는, M자로 깊게 파여있고 정수리 숱도 적은 상태였다.










152

일단 의사에게 가보니, 프로페시아를 처방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루에 한 알씩 먹었다.


그러자, 3개월정도 지난 뒤, 정수리 부분 머리카락의 빠지는 양이 줄어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성기의 기운이 확실히 떨어졌다는걸 느낄 수있었다.


성욕도 없어지고 어째서 이 약을 먹고 있는걸까..하고 생각했다.








153

외가쪽 사람들 전부가 20대때부터 탈모가 시작됐다는데,

설마 나도….






154

외가도 친가도 대머리… 완전 엘리트 혈통이네 나…








157

[아무래도 성욕이 줄은거 같아요] 라 의사에게 솔직히 말했다.

[발기는 됩니까?] 라 물었다.

[일단 되긴 하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단단하지 않아요] 라 대답했다.

[약 복용을 하루 걸러서 해볼까요] 라 듣고, 지시에 따라보니 또다시 빠지는 머리의 양이 늘기 시작했다.








160

탈모는 싫다.

하지만 남성 기능 저하도 싫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개인적으로 따로 구한 미녹시딜에 손을 댔다.


대학교1학년 여름의 일이었다.







164

처음엔 5mg부터 시작했다.

2개월이 지나니 확실히 머리가 나는듯했다.

속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2개월이 지났을땐, 효과도 다한것인지, 만족할만큼의 머리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약의 양을 10mg으로 늘렸다.




… 이 판단이 문제였다.








[관련글]

 - [5ch 일상] 탈모가 와서 인생이 망가졌다 (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