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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主)

아내가 세상을 뜨고 21년이 지났어..







2 (主)

누구라도 좋으니까 상대 좀 해주라 www







3

축하한다고 쓰려고들어왔는데 ...








5 (主)

>>3

미안, 그리고 고마워


딸이 남자친구랑 여행에 가 있어서 좀 외롭네






7

>>5

사과할 필요 없어 ww


근데 21년간 혼자서 딸을 키운거야?







11 (主)

>>7

응. 처가댁 부모님은 아내가 결혼하기 전에 돌아가셨고, 우리 부모님은 딸이 6살일때 돌아가셨어. 


아빠 혼자서 키웠지만, 그래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키웠다고 생각해. 







13

>>11

고생 많았어!

딸도 분명 행복했을거야. 







17 (主)

>>13

딸애가 스무살 때 여행에 같이 데려가 줬을땐 기뻐서 눈물이 나왔었지 ~







8

마음껏 얘기해







12 (主)

딸이 결혼하고 나가서 앞으로 2개월 후면 이 집에 나 혼자 있을거라 생각하니 정말 외롭다







15

딸의 남자친구는 어렸을때부터 알던 사이야?







19 (主)

>>15

집이 옆옆집이야. 

유치원때부터 친구였던 사이고.







16

재혼같은건 생각 안해봤어?







19 (主)

>>16

딸이, "아빠도 이제 그냥 재혼 상대를 찾아!" 라고 자주 했는데, 이제 결혼은 하고싶지않아서..


난 아내밖에 사랑할 수 없는거 같아 www






20

좋아, 아내랑 어떻게 친해지게 됐는지부터 들어볼까. 







21 (主)

>>20

아내는 중학교 때부터 동급생. 

고등학교 발렌타인데이 때 고백을 받아 사귀게 됐고,

그 후 내가 취직, 아내가 전문대를 나오고나서 생활이 안정된 후 결혼을 했어. 결혼이라고는 해도, 식도 못 올렸지만..


아내는 보육원 교사가 되어서 매일 힘들어 보이긴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던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해 보였어.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아내는 임신했고, 난 애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두근거렸지.


이때는 매일매일이 행복했어.






32

>>1랑 딸은 지금 몇살이야?






41 (主)

>>32

난 44살, 딸 아이는 좀 있으면 22살이야.






35

2개월 뒤엔 혼자서 딸의 결혼식에 가는거야?






41 (主)

>>35

응 맞아.


기쁜데, 한편으론 적적하기도 하네.






45

딸아이가 22살때 결혼하는건 꽤 빠른편 아냐?







48 (主)

>>45

딸아이의 결혼 상대는 나에게 있어 아들같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뭣보다, 남자친구에 대해서 말할때의 딸아이의 얼굴을 보면, 남자친구가 소중하게 대해주고 있다는게 느껴졌어. 


그래서 결혼도 흔쾌히 허락했고. 







25

아내는 어떻게 떠난거야?







26 (主)

>>25

아내의 사인은 자살이었어.


딸 애가 있는데 자살이라니, 부모로써 실격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들을 좋아했던 아내는 모처럼 보육교사가 됐는데 아이들을 돌보기는 커녕, 

자신의 몸조차 가누질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계속 괴로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어.

딸에겐 아직 왜 죽었는지는 말 안해줬지만.







27

축하한다고 말하려고 들어왔는데…


힘내 아저씨.







28 (主)

>>14

고마워, 하지만 그때 아내의 상태가 좀 이상했던걸 눈치 못차린 내 자신이 너무 밉다.







36 (主)

아내는 보육원에서 일할 때 

한 꼬마(이하 A라 할게)의 장난으로 계단에서 밀려 아래로 굴렀는데, 그 때 부딪힌 부분이 안 좋아서 반신불수가 되었어.


아내는, '이 꼬마도 장난이었다', '자기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며 용서한다고 했고, A의 부모도 울면서 사과했지만,

아내가 매일 밤마다 울면서 잠드는걸 본 나로서는 절대 용서가 안되더라.

유서에도, '제 심지가 강하지 못한 탓입니다...' 라고 썼는데 난 더더욱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


최근까지도 아내의 기일에 A와 A의 부모랑 같이 선향하러오고 성묘도 하고 있는데, 

얼굴을 볼 때마다 한 대 쥐어 패고 싶어져. 도저히 용서가 안되니까. 






37

>>36

고작 어린아이의 힘에 밀려서 그렇게 될 수 있는거야?

넘어가는 순간 손잡이 같은걸 잡을 수 있었을거 같은데. 

그리고 계단도 어린이들이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높지 않게 설계되어 있었을거 같고. 






38 (主)

>>37

아내는 한 손엔 이불커버가 들어있는 세탁물 통을, 또 다른 한 손엔 그림책인가 뭔가가 들어있는 통을 들고있었다고 해.

계단을 거의 다 올라왔을때 A한테 밀려져서, 꼬리뼈쪽부터 떨어지고는 못 일어났고, 그대로 병원에 가게 된거지.


그 이후로는 계속 휠체어에 타고 지내게 됐고.






121

>>38

저런...







39

>>36

그 유서도 혹시 올려줄 수 있어?






40

>>39

어이…. 





44 (主)

>>39

미안 아무래도 그건 좀..






42

>>36

그건 나도 용서할 수 없을거라 생각해. 

꼬마애가 한 짓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마음으론 받아들이기가 어려울테니까.

하지만, 그 A의 가족도 평생 그 업보를 업고 살아갈거라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괴로울거 같다.


아내분은 약하지않았어. 그 상황에서 상대를 용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44 (主)

>>42

상대도 반성하고 있는건 알고 있지만, 좀처럼 수긍하는게 어려웠어.

아내는 정말 아이들을 좋아했고, 또 나한텐 과분할 정도로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난, 딸 아이를 정성으로 키우는게 먼저 간 아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란 생각을 했어.


딸은 아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간 보물이니까. 







50

>>44

이제 A도 성인일테고, 한번 패주면 안 돼?

나라면 한번 죽도록 패주고 이제 오지말라고 할텐데. 


앞으로도 계속 매년 얼굴을 보며 참는다니, 나한테는 무리..







52 (主)

>>50

한 대 패주고 싶지만 아내가 그런걸 바라지 않을것 같고,

앞으로 오지말라고 해버리면, 하늘나라에서 아내가 "매년 A가 커가는걸 보는게 즐거웠는데!" 라고 할거 같아서..






56

>>52

눈 딱 감고 쥐어 팬다음에, 하늘나라에서 아내를 만났을 때 사과해 ww


그건 그렇고, 착한 아빠와 착한 딸, 부럽네 (/▽\)

빨리 할아버지가 되어서 새 가족이랑 행복하게 돼라!







61 (主)

>>56

새 가족이라면 손자인가? 그것도 괜찮구만 wwww


근데 너무 오냐오냐 키울거 같다 www







55

딸은 철이 들었을 때 쯤에 엄마가 없는 셈이 되는건데 아무 말도 안했어?







61 (主)

>>55

어렸을 땐 딸애가 '엄마 안와?' 라고 자주 물어봤었어.

그 때마다 '엄마는 별님이 됐단다' 라고 말해줬지만.


초등학생이 되고나서부터는 묻지 않더라고.







57

남자친구 쪽 부모님이랑 사이는 좋아?








61 (主)

>>57

자주 같이 술 한잔 하곤 해. 








63

남자 홀로 딸아이를 키운 >>1은 근성가이








66 (主)

>>63

딸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부터는 열심히 집안일도 많이 도와줬었어.


딸아이한테는 신세를 졌네 w







65

결혼하는 딸도, >>1도 행복하게 됐으면 좋겠다


>>1는 계속 독신으로 지낼 생각이야?








69 (主)

>>65

이 사람이라면 딸아이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응 재혼은 좀 그렇네.






67

딸 애가 출가하면 고양이라도 키워봐봐








70 (主)

>>67

동물은 좋아하는데, 개랑 고양이 알레르기라...








75

(´;ω;`)







76

하늘나라에서 다시 아내를 만났을 때, 당당히 가슴을 펼 수 있는 자격은 이미 갖췄으니까,

남은 여생은 즐기면서 편하게 보내길 바란다






78 (主)

>>76

남은 여생은 손자한테 매진할 생각이야 www


딸 부부한텐 비밀이지만, 사실 손자를 위한 통장도 만들어 놨고 ww







87

너 같은 남편이 있어 아내분도 분명 행복했을거야. 

그러니까 남은 인생은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 






88 (主)

>>87

행복했을라나?  (웃음)


응, 그렇게할게. 







94

아빠한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95 (主)

>>94

잘해드려 ww







96

가볍게 스레를 열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레스를 못 하겠어..







97 (主)

>>96

미안 ww

그냥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오늘, A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저 드디어 취직했어요, ○○선생님께 말씀드리러 가고싶은데 같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서요] 라 듣고는 자연스레,

[축하해,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이제 아내는 잊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주길 바래] 라 말해버렸어.


울음을 터뜨리는 A를 보면서, '아아, 이 애도 이 애 나름대로 5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구나' 라 생각하니, 슬퍼지는 동시에, 용서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하자고 생각을 했어.







98

>>97

미안 울었다







99 (主)

>>98

울지마 wwww







100

나라면,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 라고 했을텐데







102 (主)

>>100

그렇게 하고는 싶었지만 말이지 ww







111

>>110

좀 궁금한게 있는데, 아내가 떠난 후 얼마나 지나고 일상생활이 가능했어?


나도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자살하고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의 일이 잊혀지지가 않아.

바깥에선 태연한 척 해도 아직도 진정제를 먹고있고..


민감한 잘문을 해서 미안.



 




112 (主)

>>111

음ㅡ 평소처럼 되기까지 10년정도 걸렸을라나. 

하지만 아내의 장례식이 끝난 후 부턴 일단 딸이 남겨져 있어서 거기에 매진했어. 

아침에 일어나서 보육원까지 데려다 주고, 밤에 데리러가고, 밥 해주고, 씻겨주고, 재우고 했으니까.


한참 밤에 혼자 울다지쳐 자는 생활이 한동안 반복 되다가, 1년정도 지나고 조금씩 나아졌어. 

처음엔 '딸이랑 같이 아내가 있는곳으로 갈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는데. 







115

>>112

10년인가… 아득하네.. (´Д`)


어쨌든 대답해줘서 고마워! 







117 (主)

>>115

아득한 세월처럼 보여도, 


역시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 







84

딸이 나간다면 혼자서 외로워지겠네..


나라면 울거 같아 ww







85 (主)

>>84

나도 결혼식 때 울어버릴지도.. ww

딸애랑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86 (主)

다들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이 아저씨는 이 레스를 마지막으로 사라질게. 







87

>>85

잘 자 !


그리고 결혼기념일 축하해








88 (主)

>>86

고마워 ! 


다들 부디 행복해지길 바랄게 !